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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공천헌금 수사도 ‘미래권력’ 의식하나 |
새누리당 공천헌금 수사가 게걸음을 하고 있다.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지 어제로 22일이나 지났지만 현기환 전 의원의 3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부산지검으로 사건을 보낼 때부터 검찰의 사건 축소 저의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았으나 그런 의혹이 점점 사실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그간의 정황에 비춰보면 ‘미래권력’을 의식한 몸사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선관위는 현영희 의원이 현 전 의원에게 3억원, 홍준표 전 대표에게 2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고발했지만 지금까지 나오는 건 현 의원이 조기문씨에게 활동비로 5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일방적 주장뿐이다. 친박 실세 여럿이 현 의원한테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지만 검찰은 현 전 의원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에 비춰보면 현 의원 등의 주장은 사실로 믿기 어렵다. 지역구 공천 탈락 직전 비례후보로 바꿨고, 결국 비례당선권에 낙점된 사실 자체가 배달사고설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현 의원 남편의 차명계좌에서 3월 초부터 4월 총선 직전까지 매일 100만~500만원씩 빠져나간 사실도 공천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현 의원과 주변에서 이 돈의 행방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현 의원과 조씨의 검찰 증언 자체가 오락가락하는 것도 의구심을 짙게 한다.
이 정도 상황에서 혐의 입증을 못 한다면 검찰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의원이 사건 초기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밝혀야 한다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인 뒤 검찰은 이 사건을 부산에 내려보냈다. 검찰이 초기부터 사건을 파헤칠 의지가 없었다고 의심받는 대목이다. 현 전 의원은 ‘박근혜 아바타’로 불릴 정도로 지난 총선 공천심사위에서 친박의 핵심 구실을 했다. 현 전 의원이 돈을 받았다면 “강단 있는 분”이라며 그를 공천위원으로 추천한 박 의원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건 정치권 얘기다. 검찰은 나오는 대로 수사하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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