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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교 본령 벗어난 대구대교구의 조직 보호 |
가톨릭 대구대교구가 <매일신문> 사장 이창영 신부를 유임시켜 그와 관련된 부패 추문을 불문에 부쳤다고 한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시절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받은 6억여원을 횡령했다는 부패 의혹에 대한 교계 내부와 시민사회의 잇단 고발을 묵살해버린 것이다. 관련 의혹을 고발한 신부에 대해서는 이미 사실상 면직 조처를 취한 터이니, 조직 보호를 위한 보복과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이 신부의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유용한 의혹을 받는 돈이 자선콘서트 기부금 2억원, 소년소녀가장 돕기 기부금 5100만원 등 종교기관으로서 유용해서도 안 되고, 유용할 수도 없는 명목의 기부금이었다. 게다가 회사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빼돌린 2000여만원을 교구청 최고위 신부의 생일선물·보신약재 구입비나 가톨릭 경제인 여행비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회삿돈을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접수하는 것(횡령)만으로도 처벌받는 게 세속의 이치인데, 불우이웃에게 돌아갈 기부금을 유용했다면 종교기관으로선 가중처벌받아야 마땅하다. 설사 본인이 주장하듯이 한 푼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세속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사안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대구교구청은 부패 의혹을 감싸는 데 급급했다. 한때 자정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조직 보호라는 조폭적 논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감사하고 조처한 후임자는 징계한 반면, 이 신부의 지시에 따라 횡령을 집행한 총무팀장은 해고시켰다가 몇 달 만에 밀린 월급까지 주며 복직시켰다. 교구청 최고위층과 이 신부 사이의 특별한 관계나 거래를 의심하는 시선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가톨릭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청빈과 정결이다. 이를 통해 세상의 부패를 막는 소금,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삶을 약속한다. 그런데 지금 대구교구청이 선택한 길은 세속보다 더 어둡고 칙칙해 보인다. 짠맛을 잃은 소금은 무슨 소용인가. 지체가 죄를 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버리라, 온전한 몸으로 불길로 가는 것보다 불구로 생명에 드는 게 낫다고 했다. 대구대교구는 가톨릭 본래의 가르침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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