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3 22:11
수정 : 2005.08.03 22:11
사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장애인 정책으로 가늠할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인 장애인에 대해 사회가 얼마나 배려하느냐는 그 사회의 양심 지표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이 소설 외에 별로 없다고 한다. 특히 시각장애인 대학생의 전공서적이나 전문도서의 점자 번역본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하니, 국민소득 2만달러를 내다보는 나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장애인이 전문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그들의 주체적인 삶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대학생이 교재 없이 공부해야 하거나 장애인복지관에 점자 번역을 신청해도 학기 중에 번역본을 받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들의 학업의지를 받쳐줄 점역제도 완비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장애를 딛고 학업을 수행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일진대, 참고도서는커녕 교재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고충을 남의 일 보듯이 할 수는 없다.
점역된 전문도서가 부족한 이유를 수요가 적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책을 구할 수 없는 환경이 시각장애인의 학업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점역 전문도서의 낮은 수요와 점역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공급의 원리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적극적 사회 진출을 돕는 차원에서 지원해야 마땅하다. 최소한 점역도서 부족으로 시각장애인의 학업의지가 꺾이는 일은 없도록 정부와 대학, 사회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출판사들이 책 원본 파일을 마음놓고 점역기관에 넘길 수 있도록 파일 유출 및 저작권 보호 문제를 서둘러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른 장애인도 비슷한 학업장애를 겪고 있지 않은지 세심하게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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