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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책 내놓은 지 얼마 됐다고 또 성폭행 살인이라니 |
최근 서울 광진구와 수원에서 성폭행과 관련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에선 범인이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수원의 경우 발찌 부착 대상임에도 검찰이 청구하지 않아 차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경남 통영과 제주 올레길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 정부와 여당이 회의까지 열며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거듭 벌어지고 있는 건 개탄스런 일이다. 정부는 성범죄 전력자 관리에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되짚어보는 것과 함께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서울 사건의 경우 범인이 전자발찌 부착 관리 대상자로 지정돼 보호관찰을 받는 상태였음에도 흉기와 마스크까지 준비하는 등 치밀한 준비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 10대 후반부터 16년간 소년원과 교도소 생활을 한 범인은 사건 당일 집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다 소주 한 병을 마시고 1㎞ 떨어진 주택가를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고 한다. 해당 보호관찰소 쪽은 범인이 정기적인 출석면담이나 통신지도에 꼬박꼬박 응했고, 범행 이틀 전 일터인 공사현장에서 한 면담에서도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겉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실효성 있는 관찰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고, 범인에 대한 견제와 관리에도 실패한 것이어서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원 사건은 범인이 성폭행 혐의로 7년 복역한 뒤 지난달 9일 만기출소한 상태여서 전자발찌 부착 소급적용 대상임에도 검찰이 청구하지 않아 발찌를 차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전자발찌를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최소한의 ‘관리’ 장치도 만들어놓지 못한 것은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달 26일 죄질이 나쁜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확대 및 치료 강화와 함께 전자발찌 소급적용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해도, 당장 현장에서 성범죄 대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되는 심리치료부터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또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 전력자가 지금 1020명이지만 소급적용까지 허용되면 7000명 수준으로 대폭 늘어나, 전담인력 130여명으로 가능할지도 걱정이다.
그간 누차 지적했듯이 성범죄는 처벌과 감시만으론 근절하기 어렵다. 심리치료 등 실효성 있는 교정프로그램에 무게를 두고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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