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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3 19:10 수정 : 2012.08.23 19:10

이명박 대통령이 사재 330여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청계장학재단이 장학금보다 대출이자를 갚는 데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재단이 지난해 건물 임대료 등으로 올린 수익은 13억4974만원으로 이 가운데 장학금 지급액은 2억7865만원, 이자비용은 2억7950만원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단이 매년 억대의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는 것은 애초 이 대통령이 부동산 등 자산과 함께 부채도 넘겼기 때문이다. 재단 쪽은 부채 청산을 위해 은행에서 50억원을 빌렸고 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여기에다 직원 급여와 운영비 등도 엄청나 이런 비용을 모두 빼고 나면 지난해 운용수익은 3억2347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빚 갚고 직원 월급 주고 재단 운영 하느라 정작 장학금 줄 돈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이러려면 뭐하러 재단을 만들었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3년여 전인 2009년 7월 이 대통령의 청계재단 설립 소식 발표는 참으로 요란스러웠다.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 최고지도자가 재임 중에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재산을 다른 재단에 기부하지 않고 구태여 재단을 만든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으나 칭찬의 박수소리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재단 모습을 보면 “대통령의 재산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혀주겠다”는 큰소리가 무색하기만 하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는 2010년 447명에서 2011년에는 408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 대통령의 사위가 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에서 내놓은 기부금 3억원이 없었다면 장학금 지급 규모는 더욱 초라했을 것이다.

재단이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벗어나려면 우선 기본자산을 매각해 은행 빚부터 상환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도 최근 재단 쪽에 공문을 보내 “기본자산 처분 등을 통해 다음달 21일까지 은행 채무를 상환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청계재단은 2009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50억원 대출 승인을 받으면서 3년 안에 상환하겠다는 계획서를 쓴 바 있다. 하지만 재단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자산 처분에 부정적이다. 공익재단으로 세금우대 혜택 등을 톡톡히 누리면서 부동산 경기까지 살피는 대단한 장사꾼 기질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단이야 이런 재테크로 살찔지 모르겠지만 불우한 학생들의 장학금 혜택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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