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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3 19:11 수정 : 2012.08.23 19:11

엊그제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이전의 직장 동료와 행인 등 4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에는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30대 남성이 불특정 다수에게 칼을 휘둘러 8명이 다쳤다. 21일 수원에서 발생한 흉기난동사건까지 포함해 이들 사건 모두 이른바 ‘묻지마 범행’에 가깝다. 전과 달리 이런 유형의 범죄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병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의미다. 범행도구만 총에서 칼로 바뀌었을 뿐 미국에서 가끔 발생하는 총기난사사건과 다를 바 없다. 사회 전체가 이번 사건을 사회병리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여의도 사건의 범인은 직장에서 퇴사한 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과거 자신을 험담했다며 앙심을 품고 이전 직장 동료 2명에게 달려들어 칼로 찌른 뒤, 길을 가던 2명에게도 아무런 이유 없이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의정부 사건의 경우, 지하철 전동차 바닥에 침을 뱉은 일 때문에 시비가 벌어졌으나 범인은 근처에 있던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나 다치게 했다. 두 사건 모두 특정 개인에 대한 보복 범죄 차원을 넘어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행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여 ‘묻지마 범죄’ 또는 ‘다중범죄’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사건 범인들이 처한 환경이나 심리상태 등에 대해선 좀더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으나 이런 유형의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들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각각 장기실업자 또는 일용노동자로 지내온 범인들은 경제적 궁핍 속에서 사회적 단절과 좌절감을 겪으며 극단적인 심리상태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가족해체 등 공동체의 붕괴와 과도한 경쟁,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 우리 사회체제의 건강성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묻지마 범죄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보이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묻지마 범죄를 막으려면 치안 강화 등 형사정책 차원에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극단적인 성장지상주의, 경제지상주의 아래서 외면해온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더 긴급한 과제다. 은둔형 외톨이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센터를 만들어 상담활동과 교육·취업훈련을 병행하는 일본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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