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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4 19:02 수정 : 2012.08.24 20:54

그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친서를 반환하러 간 주일 한국대사관의 참사관이 외무성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는 외무성 담 안에 한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1시간 동안 거리에서 외무성 직원과 연락을 시도하다 되돌아서야 했다. 전쟁 당사국의 외교관이라 해도 외교청사의 출입은 막지 않는다는데, 우방국에 대한 외교 보복치곤 치졸하기 짝이 없다. 동네 애들 싸움도 이보다 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법하다.

노다 정권은 우리 쪽이 친서를 되돌려주려 하자, “우방국 사이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예의 없는 행위”라고 발끈하며 이런 보복 행동을 취했다. 사실 우방국 수뇌의 친서를 접수도 않고 되돌려보내는 건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 만큼 우리 쪽도 대응 방안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노다 총리의 친서는 애초부터 그렇게 대우받을 만한 격과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실무자가 참조하도록 첨부하는 사본도 없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를 수령하기도 전에 편지 요지를 외무성 누리집에 공개했다. 우리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국내 여론에 영합하기 위한 편지라는 인상을 주는 행위였다. 더구나 친서에는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를 일본이 부르는 이름)라는 용어만 수차례 기술돼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간 곳은 경상북도 독도이지 시마네현 다케시마가 아니라는 점에서, 편지를 접수하는 것 자체가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구도로 짜여 있는 것이다.

일본 쪽은 우리 쪽의 친서 거부 방침이 알려진 그제부터 제2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어제는 노다 총리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불퇴전의 각오’ 운운하며 강경몰이의 바람을 잡았다. 총리와 외상은 그간 민주당 정권에서 쓰지 않던 ‘불법점거’라는 용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재무상과 경제산업상은 잠시 접어뒀던 국채 매입 동결과 통화스와프협정 연장 중지 카드도 꺼내들 태세다. 밖에선 독도 문제를 담당하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미국을 방문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통한 독도 문제 해결에 미국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도 “하루빨리 다케시마를 실효지배”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총선을 앞두고 국내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노다 정권의 사정을 고려한다 해도 이건 지나치다. 특히 이번 갈등과 무관한 경제제재 수단을 꺼내들거나 미국에 달려가 협조를 구걸하는 행위는 과연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나라가 맞는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일본은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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