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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6 19:15 수정 : 2012.08.26 19:15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이 그제 삼성전자가 애플의 모바일기기 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5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애초 애플이 주장한 25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모바일기기 업계 사상 최대 금액이다. 배심원단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멀티터치 줌 등 애플이 주장한 특허 침해 7건 가운데 6건을 받아들였다. 반면 삼성전자가 애플이 무선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4억2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는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미국 법원의 평결은 애플의 완승에 가깝다. 한달 안에 이뤄질 실제 판결이 평결과 다르게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회와 혁신 기회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평결에 반발해 소송전은 계속되겠지만, 기술을 베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판결이 평결대로 나오면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모바일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지고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에스3은 이번 소송에서 제외됐지만 애플이 추가 소송이나 별도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직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재판과 판이한 평결이 나온 것은 디자인을 중시하는 미국 특허제도에서 기인한다. 미국 특허법은 기술뿐 아니라 다른 제품과 구분되는 외형이나 느낌을 종합적으로 따져 전체적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줄 경우 디자인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모바일기기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 몇년간 기업들이 특허료와 소송비용으로 수십억달러를 쓸 정도로 공방이 치열한 곳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경쟁자인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로 애플의 타깃이 된 측면도 있다. 애플은 모바일기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지만, 혁신을 지속하기보다는 과거의 혁신을 바탕으로 소송을 통해 경쟁 제한에 몰두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5%를 점유해 애플에 두 배 가까운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의 제품들은 기술혁신으로 상당히 진화했고 소송의 영향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았다고 한다. 이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발빠른 추종자에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혁신의 시장 주도자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일사불란함이 아니라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와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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