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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폭력 대책마저 위헌·위법 정치쇼인가 |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북·강원교육청에 이어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지시를 거부했다는 게 이유다. 사실 은폐와 왜곡 때 하는 특감을,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따라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거나 이행을 보류했다고 취한 것이다. 명백한 월권이며 보복이다.
교과부는 애초 일선 학교장과 교직원을 을렀다. 기재 실태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시·도교육청을 처벌하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학생의 교육과 인권을 위해 지시를 앞장서 거부하는 교육감과 교육청을 두고만 볼 수 없으니 특감의 칼을 들이댔다. 억지춘향의 전형이다. 인권과 교육의 원칙을 지키려는 교육감들이 당하는 억압이 안타깝고, 교육과 인권을 폭력으로 무릎 꿇리려는 교과부의 시대착오적 오만이 착잡하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애당초 교육적이지도, 적법하지도 않다. 학교폭력은 경미한 경우 일선 학교에서 처벌하고, 과중한 경우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그런데 소년원법은 보호처분이 학생 신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처벌받을 경우는 학생부에 기록이 남는다. 경미한 폭력은 처벌과 함께 진학이나 취업에 불리한 낙인까지 당하는 것이다. 헌법상 형평의 원칙은 물론 과잉 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형벌 등의 기록은 건강 관련 기록과 함께 가장 민감한 정보로 분류된다. 이런 기록을 교과부가 지침만으로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의 제한은 법률로써만 할 수 있도록 한 헌법 규정에도 어긋난다.
학교 안에선 이런 헌법과 법률보다도 교육이 앞선다. 학교는 지식 전달과 함께 인성을 기르는 곳이기 때문이고, 학생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기 마련인 까닭이다. 학생 보호는 더 포괄적으로, 처벌은 더 교육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인권이 유보당하고 과잉 처벌이 제도화된다면, 그런 학교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과부의 지시와 감사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말대로 정의롭지도 않고 법 상식에도 어긋나며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이다. 경기도의 25개 지역교육청 교육장들이 감사 철회와 학생부 기재 재고를 요청한 것은 학교 교육과 학생 인권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요구다.
학교폭력은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적법하면서 교육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또다른 폭력을 막는다. 소외와 격리는 ‘묻지마 살상’의 씨앗이다. 분노한 시민 감정에 편승해 정치적 효과나 거두려는 위헌·위법·반교육적인 짓은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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