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일부 생필품, 대형마트 판매제한 검토할 만하다 |
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서 소주·라면 등 일부 주류와 생필품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무휴업제에 이어 내놓은 추가 대책이다. 서울시는 지식경제부에 유통법 개정을 건의해 입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서 중앙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대형마트 품목제한은 상생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듯하니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판매제한 품목으로는 소주·라면 외에 담배·막걸리·콘아이스크림·건전지·종량제봉투 등 50여종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각 자치구에 동네마트 및 전통시장에서 파는 품목 가운데 적합한 것을 추천받은 결과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2월 서울시장이 대형마트에 특정 품목의 영업을 전부 또는 일부 제한하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품목제한을 의무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상위법 개정을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공룡 유통재벌들의 싹쓸이로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소주·담배·막걸리 등은 골목상권의 주요 상품으로, 대형마트는 공산품이나 다른 식음료 판매에 집중하고 서민 품목들은 골목상권에 양보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다. 서울시가 검토한 품목들은 대형마트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대형마트 업계를 중심으로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헌법상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은 그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라 상대적 기본권이라고 봐야 한다.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 조항과 제123조 지역경제 및 중소기업 보호·육성 조항은 규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통상마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에서 개방하지 않은 식료품은 판매를 금지해도 위반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계무역기구는 내국 유통업체와 차별해 외국 유통업체만 규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구미 각국에서도 대형마트에 대해 입점 규제, 영업시간 제한에 더해 일부 품목제한을 하고 있다.
그나마 의무휴업으로 숨통이 조금 터지려던 골목상권은 대형마트들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뒤 곧바로 영업을 재개함에 따라 다시 갑갑한 상황에 처했다. 여야 정치권은 곧 열리는 정기국회에서라도 대형마트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도입해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