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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31 19:13 수정 : 2012.08.31 19:13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엊그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입학 관련 서류에서 뺄 경우 3년간 대학 지원을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명색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전국협의체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위법·부당한 장단에 맞춰 막춤을 추는 꼴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학술 4단체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대교협 지침은 교과부 지시보다 불법성, 반교육성에서 더 심각하다.

이 지침은 교과부가 학생부 기재 지시를 거부한 경기도 및 강원도 교육청에 대해 보복성 특감에 착수한 직후 나왔다. 교과부는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징계의 칼을 들이대고, 대교협은 학생에게 진학 봉쇄의 칼을 들이대며 겁박한 셈이다. 교과부야 그렇다 해도, 지성과 양심의 보루여야 할 대학의 협의체가 정치쇼의 꼭두각시로 나섰으니 목불인견이다.

양식 있는 이들이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위법·부당한 정보가 한 학생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대학에 진학하느냐에 의해 인생의 진로가 좌우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살벌한 입시경쟁에서 학교폭력의 기록은 아무리 경미해도 원하는 대학 진학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하다. 청소년 시절의 단순한 실수나 일탈의 기록이 한 사람을 영원한 낙오자로 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소년원법 등 우리 법체계가 성장과정의 청소년에게 낙인찍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대교협 지침은 이런 정신을 정면에서 짓밟았다. 과잉·이중처벌 금지라는 헌법과 법 규정도 어겼다.

학생부 기재의 기준인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처분은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학교나 교사마다 처분의 정도가 다르다. 법원 판결도 아닌 그런 처분이 현실에선 전과기록으로 수용되는 것도 문제다. 일단 폭력 학생으로 기재되면, 학생의 다른 모든 잠재력과 개선 노력은 허사가 된다. 그 앞에서 공정한 평가는 공염불이다. 대교협은 교수·학술 4단체의 지적대로 낙인을 강제하는 불법 지침을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교과부는 소년원 송치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가 엊그제에야 불법임을 알고 취소했다. 대부분 고교가 학생부를 대입 수시모집에 제출한 뒤였다. 각 고교는 본의 아니게 교과부의 불법한 지시로 불법(소년원법 위반)을 저지르게 됐다. 교과부 장관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당장 화급한 것은 이런 불법한 기록을 입학 사정에 반영하지 않는 일이다. 대교협은 더이상 교과부에 놀아나지 말고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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