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9.02 18:48 수정 : 2012.09.02 18:48

장준하기념사업회와 유족이 청와대에 낸 ‘장 선생 의문사 사건 재조사와 진상규명 요구’가 행정안전부에 배당됐다. 2010년 활동이 종료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지원 부처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행안부에는 어떤 조사권도 없다. 과거사위 활동 종료 후 권고사항의 이행상황 점검과 관리를 맡고 있는 게 고작이다. 사후 37년 만에 두개골에서 타살을 웅변하는 함몰이 발견됐는데도, 정부가 진실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까닭이다.

선생의 죽음의 진실이 또다시 미궁에 빠져선 안 된다. 1975년 유신정권은 그의 주검을 서둘러 매장한 뒤 어떠한 의문도 제기하지 못하도록 온갖 공작과 억압을 가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도 경찰에 재조사를 지시했지만, 유일한 목격자라는 김용환씨에게서 조서 한 장 달랑 받고 끝냈다. 2000~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보부의 사찰 사실과, 유일한 목격자 김씨가 정보기관 협력자였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등 진상규명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조사를 거부하고 시신을 검안할 수 없어 진상규명 불능이라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조사가 완결됐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진실 규명은 증거 확충을 통해 계속돼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제 유력한 증거가 드러난 이상 진실 규명을 회피해선 안 된다. 의지만 있다면 진실은 쉽게 드러낼 수 있다. 책임있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면밀한 검시를 통해 타살 여부를 가리고, 그동안 조사를 거부해온 국정원·기무사 등 정보기관의 자료를 조사하면 된다. 조사권이 없는 행안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따라서 행안부는 조사를 맡을 게 아니라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과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해야 한다. 오는 5일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진상규명위가 발족한다. 평생을 독립운동과 민주화투쟁에 헌신한 위대한 역정이 일본군 출신 독재자 치하에서 의문의 죽음으로 중단됐다면, 오히려 때늦은 느낌이다. 국민적 움직임에 역류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의문의 죽음은 현대사의 가장 음험한 어둠이었다. 이 어둠을 걷어내지 않는 한 우리 역사와 정치는 바로 세우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마지막으로 역사에 기여하는 기회일 것이다. 통합을 위한 100% 대한민국을 선거구호로 내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를 이끌겠다면서 정치적 유불리나 가족관계에 매여선 안 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