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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원구씨의 육성증언, 소홀히 넘길 수 없다 |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은 현 정부 출범 전후 국세청 등 권력기관과 정치권 사이에 얽히고설킨 추악한 음모를 지켜본 중요한 목격자다.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적시한 문건의 목격 사실을 밝히기도 했고,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을 지닌 표적사정이었음도 폭로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관련자들은 그의 주장을 ‘헛소리’라고 부인했고, 대다수 언론 역시 그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가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되면서 언론 등과 접촉할 기회도 원천봉쇄됐다.
이런 점에서 안 전 국장이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증언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증언 내용이 생생하고도 구체적이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8월 포스코건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도곡동 땅 문건의 경우 표지 색깔을 비롯해 문건의 상태, ‘실소유주: 이명박’이라는 손글씨의 위치와 크기 등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의 출발점이 된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발언(“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금줄이다. 그쪽을 치려면 태광실업의 베트남 공장 계좌를 까야 하는데 협조해달라”)을 시간과 장소까지 들어 구체적으로 전하고 있다.
안 전 국장의 증언은 ‘도곡동 땅의 진실’을 비롯해 사정기관들의 권력 남용, 정치권과 일부 고위공무원의 뒷거래 의혹 등의 진상규명이 결코 끝나지 않은 과제임을 상기시킨다. 도곡동 땅만 해도 검찰은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7년 8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는 “이상은씨 명의의 지분은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저지른 각종 위법·탈법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그의 무죄를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오히려 도곡동 땅 문제로 이 대통령의 약점을 쥔 그가 권력과 모종의 뒷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무성할 뿐이다.
안 전 국장은 자신이 겪은 일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책을 낼 요량이라면 국세청·검찰 등 권력기관의 일탈행위 등을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 제대로 기록하기 바란다. 그 기록은 앞으로 권력기관 종사자들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진실은 잠시 감춰질 수 있어도 끝까지 묻히지는 않는다. 안 전 국장의 증언이 못다 한 각종 진실규명을 위해 큰 몫을 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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