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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춤추는 검찰의 야당 ‘공천헌금’ 수사 |
검찰이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으로 명명한 수사가 지질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단한 공천헌금 비리가 있는 양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팔을 걷어붙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검찰의 무리한 표적수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애초 검찰이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 배당하며 의욕을 보인 것은 공천헌금 의혹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이었다. 민주당 공천 희망자 3명이 양경숙씨에게 공천을 부탁하고 양씨가 민주당 인사들에게 돈을 건넸으리란 의혹이 수사의 본류였다. 그런데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천 희망자들한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가 양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나는 등 사건 구도가 흔들리면서 수사가 삐걱거리고 있다.
애초의 공천헌금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수사는 이제 양씨를 둘러싼 친노 인사들의 자금 거래 내역을 파헤치는 양상으로 변했다. 검찰은 양씨가 공천 희망자 3명한테서 30여억원을 받는 데 사용한 문화네트워크 등의 계좌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천만원 단위로 친노 인사들 이름의 계좌에 송금이 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양씨가 개인적 용도로 돈거래를 한 것인지, 친노 인사들의 이름을 빌려 개설한 계좌로 돈을 빼낸 것인지 등은 더 수사해야 하지만, 그 친노 인사들의 면면에서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비중있는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야당 주변에선 양씨와 공천 희망자 3명의 돈거래와 관련해 일종의 투자 형식으로, 공천을 못 받더라도 투자 수익을 챙겨주는 조건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사건은 검찰이 양씨를 매개로 한 친노 인사들 간의 정치자금 거래 내용을 훑고 있는 형국으로 성격이 변했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든 양씨를 둘러싼 범법 사실을 밝혀낼 수 있겠지만, 야당 공천헌금 비리라는 애초 수사의 본령에서 멀어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춤을 추는 것은 여당의 공천헌금 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무리하게 야당을 겨냥한 표적수사에 나서 먼지털기식 수사를 한 탓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언론에 엉뚱한 것을 흘려 야당 흠집내기를 계속함으로써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수사가 공천헌금 비리라는 그들이 규정한 수사의 본령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 검찰은 권력의 입맛에 맞춰 선무당처럼 칼을 휘두른 정치검찰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대선이 10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이런 막가파식 행보는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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