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김관진 국방, 군의 대선 개입 작정하고 나섰나 |
우리나라 헌법 제5조 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군이 정치 중립을 지키지 못한 대표 사례는 육군 소장이던 박정희가 1961년 병력을 동원해 제2공화국을 무너뜨린 5·16 쿠데타와, 1979년 역시 육군 소장이던 전두환이 친위 병력을 동원해 군부 안의 반대파를 제거한 12·12 쿠데타다. 김영삼 정권 때 정치군인의 모임인 하나회를 해체한 것도 정치군인이 다시는 이런 헌정질서 파괴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의 소산이었다.
실제 김영삼 정권 이래 군의 정치 중립은 제도·문화적으로 크게 향상돼왔다. 하지만 재작년 12월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한 이후 이념 편향을 부추기고 현실 정치세력의 한쪽 편을 드는 듯한 교육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집권 여당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5·16 군사쿠데타 및 유신 옹호 발언과 함께 우려스러운 시대 역행 흐름이다.
이번엔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시점에 군이 민주화세력과 유신 반대 투쟁까지 종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교육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부대가 작성한 ‘종북세력의 실체 인식 집중 정신교육 계획’이라는 공문을 보면, 강연 외에도 진급과 휴가를 연계한 시험까지 치르고 있다. 사법부가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보상까지 하도록 한 유신 반대 투쟁을 종북운동으로, 합법 단체인 전교조를 종북단체로 매도하는 시험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장교와 병장은 80점, 상병 이하는 70점을 받지 못하면 진급을 시키지 않는다니 기가 찰 일이다. 이런 채찍과 함께 진급 가점과 휴가를 상품으로 내건 웅변대회까지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두 달여 전에도 “제1야당에도 종북세력 존재” 운운하며 터무니없는 정신교육을 해 말썽을 빚더니, 이젠 더 교묘하고 노골적이고 강도높은 방법으로 대선 운동에 뛰어든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군이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군대가 되려면 5·16, 12·12 쿠데타 같은 군의 헌정파괴 역사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교육부터 하는 게 순서다. 대선을 앞두고 사실에 맞지도 않고 특정 정치세력의 편을 드는 듯한 이념교육에 힘을 쏟는 건 군이 쌓아온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대다수 군인의 생각도 일반 국민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 국방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