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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여당, 무능 숨기려 무모한 강경책 남발하나 |
정부·여당이 비이성적인 성폭력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불심검문 강화에 이어 엊그제는 화학적 거세와 성폭행범에 대한 보호감호 처분 확대 방안이 제기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한술 더 떴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엊그제 사형제 존치는 물론 사형 집행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물리적 거세 방안을 담은 성폭력범죄자 외과적 치료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모두 인권침해 논란은 물론 과잉·이중처벌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정부의 무능을 무모한 강경책 뒤에 숨기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예방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불심검문과 성범죄 증가는 전혀 관련이 없다. 112 신고를 받고도 경찰은 눈앞의 성폭력 살해범을 방치했다. 화학적 거세가 도입되었지만, 성범죄 신고 건수는 날로 늘고 있다. 사형 집행 역시 성폭력 예방과는 무관하다. 성폭행범에게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살인까지 저질렀어도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나 적용된다. 경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물리적 거세의 경우 사실 막장 수준이다. 성범죄는 성적 욕망도 문제지만 상대를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이다. 거세했을 경우 성범죄자는 다른 더 흉포한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게 된다. 더 큰 사회적 범죄가 우려되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도 신체 훼손을 당하지 않을 헌법적 권리는 아예 부정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여당이 이런 인기영합성 강경책을 앞세워 정작 필요한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형사 대책은 나영이 사건 등을 계기로 성안된 것들만 제대로 집행해도 경고와 예방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강화됐지만 구속, 기소, 실형 선고 등 실질적인 처벌은 더 약화됐다. 공포탄만 쏜 것이다. 아동 포르노 규제 대책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됐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세계 6위의 아동 포르노물 생산국이 됐다.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성폭행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의 교과목 편입 문제도 제기된 지 오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성폭력 피해 어린이는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신속한 치유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사회적 지원은 예방 대책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직접 치료비의 일부만 모욕적인 방식으로 지원하는 데 그친다.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강경책 남발을 중단하기 바란다. 그런다고 국민의 눈을 속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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