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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의 중학생 철학교육, 전국으로 확대하길 |
경기도교육청이 중학생용 철학 교과서 <더불어 나누는 철학>을 내놨다.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가, 어른처럼 사랑하면 안 되나, 게임은 꼭 나쁜가, 왕따는 왜 안 되지, 왜 태어났나 등 청소년들이 절실하게 고민하는 주제 13가지로 구성돼 있다. 물론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례와 관점 그리고 추론 방식을 제시해 학생 스스로 의문을 풀어가도록 했다. 요컨대 나, 너, 우리에 대해 생각하기다. 청소년기 혼란을 스스로 극복하는 창의·인성교육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된다.
청소년기는 급격한 성적·신체적 성숙, 인지능력의 발달, 정서적 혼란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13살 전후(중학생)는 이런 이행과 혼란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다. 그래서 이 시기엔 안정된 자아정체감과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 인지능력의 질적 도약과 정서적 혼란의 통제력 향상이 가장 요구된다. 감정적 혼란과 일탈에 빠지지 않고 성숙한 인간으로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3년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둘 가운데 하나는 퇴학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열에 한둘은 자살까지도 생각한다. 학교폭력과 왕따는 이제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런 결과는 학교교육의 현실이 아이들의 자아정체감과 긍정적 감정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결과일 터이다.
철학은 생각하기다. 지식은 어떻게 생성되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참과 거짓은 어떻게 분별하는지, 나와 가족, 이웃 그리고 세계는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도덕률이란 무엇이며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일이다. 따라서 철학은 청소년이 정서적 혼란을 넘어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좋은 길잡이이자 벗이 된다. 생각하기란 공감하고 이해하기로 이어지며 이는 이웃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까닭이다.
문제는 교육청 차원에선 철학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과과정은 정부 차원에서 결정된다. 교육청은 관내 학교가 선택과목으로 개설하도록 하고, 철학 교과서를 다른 교과목의 부교재나 방과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의 교재로 활용하도록 권장할 뿐이다. 이제 정부가 후속조처를 취해야 한다. 인성교육 실천주간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로서는 경기도의 노력을 수용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인성·인권친화적 교육감들과 갈등하고 있다고 해서 이 새로운 시도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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