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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하는 안철수 불출마 협박 |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에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강력한 대항마 격인 안 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 원장 쪽의 금태섭 변호사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일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전화를 걸어와 ‘뇌물과 여자 문제를 조사해 다 알고 있다. 이걸 터뜨릴 것이기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 안 원장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폭로하겠다고 한 내용에 대해 “안랩이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팀장인 강아무개씨에게 주식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과,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금 변호사는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한 치의 의혹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곧바로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 불출마 종용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라며 “시중에서 들은 몇 가지 얘기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위원이란 직책을 가지고, 안 원장 관련 의혹을 연일 제기해온 사람이 검증 자료를 들어 불출마를 운운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본인은 부인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에선 협박으로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 위원이 평소 안 원장 문제를 선대위 내부에서 공유한다고 말하고 다닌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문제가 새누리당 안에서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당 차원에서 관여했다면, 이는 민주 정당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중대 사태다. 새누리당은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도 분명히 따져야 할 것이다.
금 변호사가 “안 원장에 대한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한 대목도 흘려듣기 어렵다. 권력기관이 나서서 뒷조사를 한다면 불법사찰이자 정치공작이 된다. 국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가 예정된 만큼 이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날 회견으로 안 원장은 사실상 대선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어느 쪽이든 검증은 철저히 해야겠지만,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까지 짓밟는 일이 있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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