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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이래도 ‘친구 조언론’ 억지 부릴 건가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불출마 협박 의혹으로 사퇴한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 교수의 비리 혐의에 대한 탐문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과거 산업은행 벤처투자 비리 사건 수사팀에 소속됐던 현직 검사에게 석 달 전에 전화를 걸어 안 교수 관련 수사가 진행된 게 있는지 물어봤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씨와 금태섭 변호사의 전화 통화 성격을 두고는 ‘불출마 협박론’과 ‘친구 조언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정씨는 자신이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한 것을 두고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를 전하며 검증에 제대로 대비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금 변호사 쪽이 제기한 불출마 협박 주장을 “친구 간의 개인적 대화를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몰아붙이며 “우정에 대한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역공을 펼쳤다.
하지만 정씨가 검찰 쪽에 안 교수에 대한 수사 정보를 탐문한 것은 이런 ‘친구 조언론’이 전혀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우선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를 그냥 전한 것”이라는 주장부터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오히려 정씨는 스스로 안 교수 비리 의혹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산업은행 투자 비리 의혹으로 안 교수를 수사한 적이 없다는 검찰의 답변을 듣고서도 금 변호사와 전화 통화에서는 안 교수 뇌물 제공설을 들먹이며 엄포를 놓았다.
정씨는 당내에서 ‘안철수 저격수’로 불렸고 본인 스스로도 저격수를 자처했다고 한다. 정씨가 검찰에 안 교수의 비리 연루 의혹을 탐문한 것이나, 자신의 트위터에 안 교수 관련 의혹을 많이 올린 것도 저격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애썼음을 보여준다. 물론 정씨의 행동이 조직적 차원에서 치밀하게 이뤄졌다고 볼 증거는 없다.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정씨가 개인적 공명심에서 돌출행동을 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이 ‘친구’니 ‘우정’이니 하는 따위의 말을 계속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박근혜 후보 진영이 안철수 교수에 대한 검증 공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을 막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차피 두 사람이 대선 가도의 라이벌로 떠오른 이상 새누리당이 손 놓고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검증을 하든 네거티브 공세를 하든 방식과 태도는 당당해야 한다. 상대편 등에 몰래 칼을 꽂는 반칙을 범하고서도 적반하장으로 상대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치사하고 비열한 모습은 보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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