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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09 19:15 수정 : 2012.09.09 19:15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세계 3대 영화제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려온 한국 영화가 마침내 정상에 오른 것이다. 김 감독 개인으로도 2004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사마리아>), 2004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빈집>), 2011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아리랑>) 등을 거쳐 세계 영화의 중심에 우뚝 서는 쾌거를 이루었다.

김 감독의 수상은 그의 잡초 같은 삶과 영화 제작의 악조건을 이겨낸 한 편의 인간 승리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젊은 시절 노동자로 생계를 이었고, 제대로 영화수업을 받은 적도 없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의 비주류 아웃사이더다. 게다가 작품 흥행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사회체제의 본질과 인간 소외라는 남다른 주제의식에 치열하게 매달려왔다. 외국에선 작가정신을 높이 호평받는 감독이면서도 국내에선 늘 적은 예산과 상영관 부족 등의 어려움에 시달렸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 역시 2억원이 안 되는 예산으로 3주 만에 제작돼, 150여개의 적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상태다.

바로 이런 김 감독의 처지는 한국 영화 100년사의 최대 경사 앞에서 선뜻 축하의 샴페인 잔을 치켜들지 못하게 만든다. 흥행이 될 만한 작품에만 돈이 몰리고, 인기 있는 한두 작품이 상영관을 사실상 점령하는 독과점 체제 아래서 영화의 다양성 꽃은 피어나기 어렵다. 김 감독의 수상을 한국 영화계의 온전한 성취로 자랑하기엔 마음 한편이 찜찜하고, 제2 제3의 김기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 쉽지 않은 이유다. 그의 수상을 계기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좀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1996년 <악어>에서부터 <피에타>에 이르기까지 김 감독이 18편의 작품에 일관되게 담으려 노력했던 메시지에 주목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김 감독은 황금사자상 수상 인터뷰에서 <피에타>의 메시지가 “자본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된 어긋난 도덕성”이라고 밝혔다. 채무자들한테서 밀린 돈을 받아내는 해결사와, 돈 때문에 죽고 죽이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통해 김 감독은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자본주의 세상의 물신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세상의 구원에 대해 얘기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런 진실에 마주하고 개선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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