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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살 공화국,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
지난 5월 이후 100여일 사이에 서울 강북지역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7명의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얼마 전 알려졌다. 1780여가구 4250명이 사는 곳이다. 자살률(한해의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의 수)로 환산하면 10만명당 518명이나 마찬가지다. 엊그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0년의 우리나라 자살률인 10만명당 33.5명을 엄청나게 웃돈다. 세상의 관심 바깥에서 너무나 많은 이웃이 삶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이제는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할 만큼 절박한 과제가 됐다. 2010년의 자살률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8명의 2.6배로, 8년째 1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더욱이 오이시디 회원국의 자살률은 감소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증가세여서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자살 공화국’이라는 비유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경제적 빈곤의 심화와 사회안전망 부족을 핵심 이유로 꼽지 않을 수 없다. 100여일 새 7명이 자살한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다. 이들 가운데 4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고, 6명은 자신이나 세대주가 무직이었다고 한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민간의 지원마저 보잘것없어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서울(24.3명)이나 울산(24.6명)에 견줘 강원(36.8명), 충남(36.9명) 등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소득 격차 등 사회적 박탈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빈곤이 자살에 특히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어르신들이다.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어르신 자살률은 10만명당 81.9명으로, 전체 평균의 2.4배에 이른다. 어르신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보다 낮아지는 외국의 흐름과는 정반대다. 우리나라의 어르신 빈곤율이 45.1%로 오이시디 국가 평균보다 3.3배나 높은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장 경찰서·병원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살 예방 사업에 나서야 한다.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자살자의 유가족 등 ‘자살 위험군’이 우선적인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빈곤층이 밀집해 있는 영구·공공·재개발 임대아파트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세심한 교육과 예방사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년층이나 빈곤층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에 대한 재정지원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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