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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략도 일관성도 없는 이 대통령의 대일외교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갈지자 대일외교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럴 거면 대통령이 왜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주선으로 열린 일본 전문가들과의 만남에서 독도 방문과 일왕 발언 등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8,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미리 일본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짐작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게 한둘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8월 중순 독도 방문(10일)→일본의 국제사회 영향력 저하 발언(13일)→일왕 과거 사과 요구 발언(14일)→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친서 반송(24일)으로 이어지는 대일 강공몰이를 주도했다. 그러나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일왕 발언 사과 요구를 하며 거세게 반격하고 나오자, 9월 들어 그동안 배제했던 외교창구를 앞세운 채 꼬리를 빼고 있다. 4일엔 7일부터 실시 예정이었던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을 취소시키더니 다음날엔 일본 전문가들과 만나 일왕 사과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특별한 계기와 설명도 없이 강온을 왔다갔다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시로 말이 바뀌어 진정성을 주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청와대는 8월14일 이 대통령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데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 분들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 거면 오라고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고 일본 쪽이 항의하자, 발언록을 확인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수정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5일 이마저도 부인하고 일왕의 방한으로 과거 갈등을 종식하고 싶다는 뜻이 왜곡돼 전달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브리핑까지 한 ‘일본의 영향력 저하’ 발언도 “일본이 아무리 힘이 빠져도 경제력이 우리보다 4배나 되는 강한 나라”라고 말의 줄기를 틀었다. 심지어 일본의 법적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너무 법률이나 원칙에 집착한다’며 법 외의 해결책이 있는 양 혼란스런 신호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아직껏 독도 방문 이유에 대해서도 공식 설명을 한 바 없다. 나라 안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의 언행이 밖에서 존중받을 리 없다. 임기응변도 좋지만, 이 정도면 전략도 일관성도 없는 즉흥 외교로 국익만 훼손한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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