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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13 19:05 수정 : 2012.09.13 19:05

종교적 극단주의자가 제작·유포한 동영상 한 편이 ‘아랍의 봄’ 이후 안정을 되찾아가던 중동을 흔들고 있다. 리비아에선 미국 대사와 외교관들이 죽음을 당했고, 이집트에서도 카이로 미국대사관이 공격당했으며, 반미 시위는 튀니지, 팔레스타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대계 미국인이 제작했다는 <무슬림의 무지>가 이슬람 최고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아성도착, 동성애자, 얼간이, 살인자 등으로 모욕했으니 사태의 확산은 피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외교공관을 무차별 공격하고, 무고한 외교관들을 살해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일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짓에 대해 국가 차원으로 책임을 비화시키는 것은 또다른 극단주의의 전형이다. 그러나 선후관계를 따진다면 이번 사건은 미국내 일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도발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제작자는 유대인 100명으로부터 500만달러를 후원받아 이 영화를 찍었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7월 14분짜리 압축판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여기에 개신교 근본주의자인 테리 존스 목사가 동영상 홍보에 앞장섰고, 모리스 사덱 등 반이슬람 운동가들이 가세해 아랍어판 제작·유포에 나서면서 아랍권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테리 존스는 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등 이슬람과 개신교의 갈등과 충돌을 부추겨온 대표적 인물이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어제 이 동영상을 포르노라고 규정하고, 테리 존스에게 자제를 당부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카이로의 미국대사관은 이미 사건 전날 “표현의 자유를 남용해 타인의 종교적 신념을 침해하는 행위를 거부한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과거 영국의 소설가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나 무함마드를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묘사한 서유럽 일간지의 풍자만화 사건을 놓고서는 언론·예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동영상은 뎀프시 의장의 표현대로 포르노 수준이어서 논란의 여지도 없다. 무함마드가 다른 남자의 아내를 범하기 위해 코란을 왜곡하는가 하면, 스스로 “(이슬람은) 기독교의 신약성경과 유대교 율법 토라를 짜맞춘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이 노리는 것은 극단적 반응이다. 이를 통해 화해와 공존의 노력을 깨뜨리는 것이다. 대사관 공격을 선동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도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미국 정부의 극단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구촌이 냉정하면서도 이성적인 노력을 호소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군사적 개입이나 압박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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