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다시 확인된 ‘소통 부재’의 박근혜 후보 리더십 |
소통과 공감 능력의 부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리더십을 평가할 때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말이다. 다른 정치인들한테서 보기 힘든 우아한 품격과 정직한 이미지 등 많은 장점 뒤에 도사린 치명적 독이다. 새누리당이 갈수록 ‘일인정당’으로 전락하고, 박 후보의 눈치만 살피는 풍토에 빠진 것도 박 후보의 소통능력 부재가 일차적 원인이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후보 발언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새누리당의 난맥상은 박 후보 리더십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당 대변인이 ‘사과’한다고 발표한 것을 대선 후보가 부인할 정도라면 사실 소통이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하다. 당 대변인이 중요한 사안을 대선 후보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하고 비서실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간접소통’하는 게 지금의 새누리당이다. 당내 소통도 이렇게 안되면서 밖을 향해 소통이니 화합이니 ‘광폭행보’니 하는 것부터가 난센스였던 셈이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정해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가는 소통의 능력은 나라를 이끌 지도자에게 요청되는 제1의 덕목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자꾸만 거꾸로 가고 있다. 쓴소리를 하지 않는 극소수 보좌진과 의원들에 둘러싸여 자기만의 성을 더욱 견고히 쌓고 있다. 이런 리더십으로 국정을 이끌 때 나라가 어떤 모습이 될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해진다.
인혁당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 없이 “유가족들이 동의하면 뵙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다.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박 후보의 생각은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 발언에 잘 나와 있다.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것은 민주화를 위해 순수하게 헌신한 분들인데, 또 한 부류의 세력이 있다. 이들은 친북의 탈을 쓰고 나라의 전복을 기도한 사람이다.” 인혁당 피해자들에 대한 이런 인식이 변하지 않고 있으니 유족들의 아픔을 공감할 리도 없다. 박 후보의 ‘위로’는 진정성 없는 빈말일 뿐이다.
유신정권 아래서 민청학련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했던 박형규 목사에 대한 최근 재심 공판에서 검사가 ‘무죄 구형’을 하면서 과거의 잘못된 법집행을 반성한 것이 화제다. “(…)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그분들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습니다.” 민청학련 사건은 인혁당의 배후조종을 받았다고 유신정권이 옭아맨 바로 그 사건이다. 박 후보는 이번 재심 무죄판결에 대해서도 “두 개의 판결”이라고 말할 것인가. 이 검사의 과거사 반성의 글과 재판부의 무죄 판결문을 박 후보가 가슴을 열고 읽어보길 권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