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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경숙·현영희 사건 ‘편파 수사’ 여부 조사해야 |
대검 중앙수사부가 어제 양경숙씨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공천 명목 금품수수’ 사건이라고 이름붙였으나 발표 내용을 보더라도 전형적인 공천헌금 사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양씨가 받은 40억9000만원 가운데 현금화한 6억여원의 흐름을 계속 수사중이라고는 하나 지금까지 수사 결과만 보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받은 건 후원금 500만원이 전부다. 이런 정도를 갖고 ‘공천헌금’ 사건이라며 대검 중수부가 뛰어들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언론의 조명을 덜 받는 날짜와 시간대를 발표 시점으로 택하려 무척이나 애썼다는 검찰의 잔꾀가 궁색한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장이 기각된 현영희 의원 사건과 이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전형적인 ‘정치검찰’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두 사건에 대해 누가 어떤 이유로 그런 편파 배당과 편향 수사를 기획·조정했는지 국회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히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을 ‘정치수사’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표적수사 의혹이다. 검찰은 총선 이후 넉 달 가까이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주변을 훑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검에서 하던 보해저축은행 사건에 저축은행 합동수사단까지 뛰어든 데 이어, 양씨 사건이 불거지자 대검 중수부가 직접 뛰어든 게 단적인 예다.
둘째는 검찰의 편향적인 수사 태도다. 사건 초기부터 대검 관계자가 스스로 ‘공천헌금 의혹 사건’이라고 이름붙이며 강도 높게 파헤쳤다. 나중에 휴대전화 문자 조작 사실이 밝혀지는 등 사기성이 엿보이는 사건으로 드러나자 다시 ‘공천 명목 금품수수’ 사건으로 이름을 바꾸긴 했으나 사건에 임하는 검찰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야당으로부터 의도적인 피의사실 공표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수사 상황이 속속 흘러나온 것도 검찰의 편향적 태도와 무관할 수 없다.
셋째는 누누이 지적해왔듯이 편파 배당의 문제다. 여당 사건은 부산에, 야당 사건은 중수부에 배당한 것 자체가 정치 편향을 드러낸 꼼수다. 같은 선거범죄를 야당 사건만 중수부가 맡았으니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현영희 의원 영장이 기각된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렇게 대놓고 편파수사를 벌인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못지않은 강도로 편파 수사에 대한 진상규명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벌써 ‘미래권력’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검찰이 대선 전까지 또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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