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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 접어든 한국경제 |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케이디아이의 전망치는 정부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정부도 조만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바야흐로 2%대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성장률이 이렇게 추락할 때는 어느 때보다 효율적이고 시의적절한 재정·통화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경제성장률이 이렇게 급락한 것은 잘 알려져 있듯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인한 세계 경기 위축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 타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저성장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이러한 세계 경기 변동에 유난히 취약하다.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외부 경기 변동으로 인한 충격을 덜 받으려면 내수 비중을 높이는 등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수출에 목을 매는 한 우리 경제는 외부 충격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당장 재정·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경기가 위축될 때는 재정·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게 정석이다. 성장세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으면서 경제가 자생력이 생길 때까지 버텨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강도와 규모를 어떻게 하느냐는 대단히 신중하고 정교하게 해야 한다. 성급하게 재정을 한꺼번에 투입했다가는 별 효과도 보지 못한 채 자칫 재정건전성만 악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현재의 경기 하락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정 투입에는 신중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다소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0%로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물가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소비가 크게 위축돼 있어 아직 물가불안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시장의 예상과 어긋나는 금리정책을 펴오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물가안정이긴 하지만 저성장 저물가가 굳어져가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만 고집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때일수록 실물경제를 살릴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경기가 어렵다고 잔뜩 움츠리고만 있어서는 희망이 없다. 정부나 기업 모두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신성장 산업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올렸지만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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