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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야당 의원 뒤꽁무니나 쫓는 검찰 |
지난달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것은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박 의원의 출입국 기록을 누군가 몰래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돼왔는데 이번에 당사자가 확인된 것이다. 검찰이 범죄수사와 무관하게 출입국 기록을 조회했다면 아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명백한 사찰행위다. 더구나 그 이유가 대통령 선거와 관련이 있다면, 의도적인 야당 사찰일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이유와 경위를 자세히 밝히고, 법에 위반되는 대목이 있다면 스스로 조사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초 개인적인 일로 외국에 다녀온 뒤 지인한테서 “최근 ‘박영선 의원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관련 정보 수집차 나갔다’는 소문이 있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이 이를 알아보고 다닌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신정동에 있는 서울출입국관리소를 직접 방문해 누군가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7~8차례 조회한 사실을 모니터를 통해 보고 이를 확인하던 중 열람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이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출입국기록 조회 내역은 내부 행정처리 자료로 열람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 주장대로라면 검찰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사찰로 볼 수밖에 없다.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에는 부정부패사범의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1담당관실과 공안사건 범죄정보를 수집·관리하는 2담당관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는 철저히 수사를 위한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데 한정된다. 범죄와 무관하게 정치인, 그것도 야당 정치인의 출입국 동향을 추적했다면 불법 정치사찰일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선거를 염두에 둔 행위라면 개인정보보호법뿐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에도 위반될 수 있다.
얼마 전 안철수 후보에 대해 경찰이 룸살롱 탐문 등 불법사찰을 벌인 의혹이 제기돼 녹취록까지 공개된 적이 있다. 검찰이 최근 정치권 동향에 대한 정보수집에 과도하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심상찮다. 우리에겐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선거에 악용해온 뼈아픈 과거가 있다. 이번에 그런 악습이 다시 도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검찰이 이번 사안을 흐지부지 넘기려 할 경우 더 심각한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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