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5 19:38
수정 : 2005.10.25 16:34
사설
거의 모든 국민이 쓰는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도청·감청을 해 왔다고 국정원이 밝힘에 따라 도청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번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그동안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방식의 우리나라 이동전화는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유력 인사들에 대한 불법도청 실태가 드러나면서 도청 공포증이 커지고 있기에, 휴대전화도 도청했다는 시인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휴대전화 도청에 대한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번져나가는 걸 막고, 도청 불안을 적극적으로 씼어 주는 일이 이제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휴대전화 도청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는 언제나 의혹을 일축해 왔다. 그럼에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어떤 면에선 과장되게 퍼져나간 측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국정원이 뒤늦게라도 휴대전화 도청 사실을 시인한 것은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국정원은 휴대전화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지름 200m 이내이고 도청 대상자를 중심으로 120도 각도 범위에 있으면 통화 내용을 엿듣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 널리 쓰이고 있는 시디엠에이-2000 방식의 휴대전화 감청장비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도청 공포가 번지는 걸 막을 수 없다. 휴대전화 도청이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 것인지, 국정원에는 없다는 시디엠에이-2000용 도청 장치가 외국에선 상용화했는지, 혹시 이미 국내에 몰래 들어와 있는 건 아닌지 등을 소상하게 알려야 한다. 이런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젠 불법 도청을 하지 않으니 믿어달라”고만 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정원은 불법도청을 사과하는 자리에서 합법적인 휴대전화 감청을 위해 관련 법령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이런 태도는 국정원에 대한 불신과 도청에 대한 공포를 도리어 키울 뿐이다.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믿음을 얻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을 부인해 온 정보통신부 또한 분명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통부는 이제라도 도청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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