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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리의 아이들,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인정하자 |
가출 청소년은 가장 불편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가출 소녀, 이들의 성매매는 더 그렇다. 이들을 등 떠민 것은 대부분 가정 빈곤과 폭력이며, 방황하는 아이들을 못 본 척 외면한 건 우리 사회고, 나아가 이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은 건 기성세대다. 가해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사회인 것이다.
<한겨레> 연재물 ‘거리의 아이들’이 새로웠던 건 이런 까닭이다. 가출에서부터 막장(성매매)에 이르기까지, 부모와 기성세대 그리고 사회의 책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해마다 경찰에 접수되는 청소년 가출 건수는 2만여건에 이른다. 경찰이 성매매 아이들을 ‘선도해’ 귀가시키는 숫자는 매년 7000~8000여명에 이른다. 물론 여기엔 신고도 되지 않는 가출 유경험자는 대부분 빠진다. 때문에 현재 거리의 아이들은 2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60%는 소녀이고, 그 절반 이상은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추정에 동의하게 된다.
가출의 원인은 대부분 가난과 가정 폭력이다. 사춘기의 호기심이나 반항 따위의 사치스런 배경은 극소수다. 게다가 쓰레기 분리하듯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나누는 학교는 이들의 마지막 피난처까지 빼앗았다. 결국 아이들은 떠밀려난 것이지 스스로 떠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곱게 받아줄 곳은 없다. 당장 자고 먹는 문제에 막힌다. 주차장이나 계단 밑에서 며칠 자고 굶다 보면 더 이상 지킬 자존감마저 사라진다. 이들을 노리개 삼는 기성세대는 널려 있다.
결국 청소년 가출은 아이들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국가는 무책임한 캠페인이나 지원책으로 출산을 장려하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육성하는 문제는 외면한다. 그 사이 가정은 급속히 해체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은 늘어난다. 이들을 책임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고, 문제가 생기면 가정이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가출 청소년 문제를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가정이나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전통적 가족 개념이 해체되는 서구에선 이런 관념에 따라 제도를 도입한 지 오래다. 우리는 그저 가정만 보고 있다. 그나마 쉼터라고 극소수 있지만, 아이들을 죄인시하고 병영처럼 통제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받고 버림받은 아이들,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공동체는 아이들을 위한 제2의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가정과 사회의 중간 그 어디쯤에 말이다. 독일의 ‘하임’ 등 전례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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