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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7 19:30 수정 : 2012.09.27 19:30

일본은 주변국의 우경화 우려에 대해, 전전의 ‘침략주의 일본’과 전후의 ‘평화주의 일본’은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 평화헌법 9조가 그 증거라고 말해왔다. 최초의 원자폭탄 피해국임을 강조하며 비핵과 평화를 강조해왔다.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주변국의 우려를 반영하겠다는 1982년 미야자와 기이치 관방장관 담화(이른바 ‘근린조항’),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인정한 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주변국들에 피해와 고통을 준 데 대해 사과한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담화로 과거에 대한 속죄 뜻을 간간이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반성 뒤엔 이를 부인하는 일부 각료와 정치인의 발언이 나왔고, 그때마다 ‘겉과 속이 다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래도 일본 정부는 한결같이 담화의 내용을 유지한다고 설명해왔다. 이런 일본이 드디어 ‘속죄’의 가면을 벗고, 뻔뻔함의 속살을 본격 드러내고 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어제 유엔총회 연설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사법권을 일관되게 인정해왔다”며 “아직 강제관할권을 수락하지 않은 모든 국가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905년 러-일 전쟁 과정에서 독도를 침탈한 역사는 무시한 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응하지 않고 있는 한국을 마치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나라인 양 몰아붙였다. 국제사회가 모두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성노예 문제조차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다 끝났다’고 하는 사람이니 더 할 말이 없다.

그제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집단자위권을 인정하고, 성노예의 정부 관여를 부인하고, 과거 역사를 사죄한 정부 담화를 모두 수정해야 한다고 공약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재에 뽑혔다. 그는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자민당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1당이 유력하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제3세력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의 일본유신회도 민주, 자민 못지않은 국수주의, 배타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누가 집권해도 일본의 역주행은 불가피해졌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타협이 아니라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성노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좀더 강력하게 추궁하는 등 일본의 몰역사적 태도가 동북아 평화를 근본적으로 해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김성환 외교장관의 오늘 유엔 연설은 그런 의지를 밝힐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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