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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주주 도덕적 해이 통하는 법정관리 안 된다 |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법정관리 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이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점검에 나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기업을 살릴 목적으로 만든 법정관리 제도가 기업주의 도피수단이 되면서 협력업체들이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아야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행 통합도산법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경우 당시 대표를 대부분 관리인으로 선임하고 있다.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표이사로 취임해 사전에 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하다.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직전 계열사에서 빌린 돈 500여억원을 예정일보다 앞당겨 갚은 점 또한 그런 의구심을 더한다.
통상 법정관리로 불리는 기업회생 절차는 워크아웃보다 강도가 높지만 정작 기업들은 이를 선호한다. 법정관리의 목적은 채무 상환이 아닌 기업 존속이어서 상대적으로 대주주가 경영권을 지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원래 기업의 최대 주주 역시 경영권을 잃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 이후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라는 것이 생겨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경영진이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이 없는 경우 그대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을 잘 아는 사람이 계속 맡는 게 좋다는 미국의 관리인 유지제도를 근간으로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다. 기업주들이 경영권 박탈을 우려해 법정관리를 기피하면서 불필요한 부실을 키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비리를 저질렀거나 경영실패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 가운데 총수 일가나 전임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법정관리가 대주주들에게 손쉬운 피난처가 돼 기업과 대주주는 살고 투자자와 협력업체만 죽어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법원은 기업 부실을 초래한 대주주에게 경영권을 주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도록 법정관리 제도의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웅진그룹 협력업체와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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