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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입 경쟁’보다 내실있는 ‘정책 경쟁’을 |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유권자들의 구미를 돋울 만한 외부 인사 모셔오기 싸움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더욱 유별나다. 어떤 인물들이 지지 대열에 합류하느냐가 대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캠프마다 사람 끌어모으는 일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 공략을 위해 이념과 노선을 초월해 다른 혈액형의 피를 수혈하는 일도 예전에 볼 수 없던 양상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인물 영입 경쟁을 두고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다 보니 물밑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똑같은 인물을 두고 동시에 양쪽 캠프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예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양쪽의 영입 경쟁이 과열될 경우 감정적 충돌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정치권에서는 관측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 몇몇 영입 대상자들이 캠프 합류를 번복하거나 공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혀 구설에 올랐다. 새누리당 경북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위촉됐다가 사퇴한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씨의 경우는 대표적이다. 국가대표 선수라고 해서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아직 20대의 아마추어 운동선수까지 선거판에 끌어들이려는 모습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박정희 시대 대표적인 저항시인이었던 김지하 시인이 새누리당 영입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것도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박 후보의 근본적인 인식은 그대로 놓아둔 채 상징적 인물을 영입해 난국을 타개하려는 셈법이 너무 확연하다.
그동안의 예를 보면 선거를 앞두고 영입된 인사들은 대부분 선거의 ‘치어리더’ 구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경륜과 철학을 높이 사서 모셔왔다는 선전과 달리 실제로는 세 과시, 들러리, 병풍용으로 영입한 경우도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양상은 되풀이되고 있다. ‘깜짝 인사’ ‘파격 영입’ 등 언론의 관심을 끌 만한 외부 인사 찾기에 골몰하는 것도 영입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한다.
인재 영입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 경쟁이다. 정책 마련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해당 인물의 이미지를 사기 위한 영입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데려온 사람의 지식과 경험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밖에서 새 사람을 찾는 것도 버려야 할 구습이다. 정치권은 겉만 번지르르한 인재 영입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정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더욱 싸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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