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이 대통령, 내곡동 특검 임명하는 게 순리다 |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통합당의 ‘내곡동 사저 특검’ 후보 추천안을 거부하면서 여야 간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검 후보 추천 과정을 두고 여야는 ‘원만한 협의’를 했네 안 했네 티격태격하고 있다. 특별검사 임명 시한이 5일로 다가왔는데 답답할 따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두 명 중 한 명을 임명하는 게 순리다. 내곡동 사저 특검은 이 대통령과 아들 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땅 구입 과정에서 국가 예산을 축내고 사익을 추구했는지, 이 과정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는지 등을 따지자는 것이다. 자신이 수사대상인 마당에 특검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건 옹색하다. 잘못이 없다면 정정당당히 야당이 추천한 특검을 수용하는 게 옳다.
내곡동 특검은 애초 법안 성립 단계부터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 여야가 민간인 사찰 문제는 국회 국정조사를 하기로 하면서 내곡동 사저 문제는 특검으로 가닥을 잡았고, 추천권도 민주당에 주기로 합의한 터다. 이런 특검법안을 이 대통령이 수용한 것은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그 법에 따라 추천된 특검 후보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이 대통령 자신이 더 초라해질 뿐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원만한 협의’를 하도록 했는데 이를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합의와 협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내곡동 특검법은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특검을 추천한다는 것이 법안의 본질이다. 여야 간 원만한 협의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를 필요충분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만한 협의가 어디까지인지도 모호하다. 민주당이 여권에서도 수긍할 만한 인사를 추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다. 그러나 지금 추천된 인사들 역시 특검을 할 만한 후보들이다. 이들을 추천한 것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치적 합의와 특검법을 깔아뭉갤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이 시한으로 설정된 5일까지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실정법 위반이 된다고 한다. 퇴임 5개월가량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직면한 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그 아들이 특검의 직접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 임기 말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도 온전히 자기편이 아니다.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탈출구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5일 중으로 특검을 임명하고 정정당당히 수사에 임하는 결기라도 보여주길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