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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04 19:16 수정 : 2012.10.04 19:16

불화수소산(불산) 누출 2차 피해가 덮친 구미4공단 인근 봉산리, 임천리 마을의 상황은 끔찍하다. 벼는 독성 제초제를 뒤집어썼을 때 나타나는 잎 말림 현상과 함께 고사하고 있고, 고추, 배추, 쪽파, 포도 등 농작물은 물론 야산의 대추나무, 참나무, 느티나무마저 죽어가고 있다. 그러니 사람이라고 온전할 리 없다. 폭발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00여명 대부분이 피부 발진, 호흡곤란, 구토 증세로 병원 신세를 졌고, 수백명의 주민과 취재기자, 경찰도 뒤를 따랐다. 마을의 소 800여마리 등 가축들도 이상증세를 호소한다. 고엽제를 뒤집어쓴 것처럼 마을 전체가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2차 피해는 인재 혹은 관재의 전형이다. 독극물인 불산의 관리지침이 허술한데다, 누출시 대응지침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였다. 폭발사고 당시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는데도, 행정기관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아무런 대응조처도 하지 않았고, 투입된 소방관 대부분이 불산가스 중독 증상을 일으킨 것은 그 때문이었다. 마을 이장이 애써 대피시켰던 주민들을 하루 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돌아오게 한 것 역시 구미시였다. 불산 중화제인 석회를 구하는 데 무려 22시간이나 걸릴 정도였다.

지자체의 잘못만도 아니었다. 근본적인 잘못은 중앙부처에 있었다. 주민들은 독극물 처리업체가 인근에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불산이 그처럼 유독물질인지도 몰랐다. 중앙부처도, 지자체도 그런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독물질의 배출 및 이동량(PRTR)을 파악해 공개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나 관리란 게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미국은 연간 45㎏ 이상 취급 업체의 처리 실태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10t 이상 업체에만 적용한다. 그러니 정부조차 이런 독극물을 누가 얼마나 사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국민 건강보다는 기업 편의만 고려한 결과다.

불산은 찌든 녹물이나 기름찌꺼기를 청소할 때 쓰는 화학물질로, 원액 한 방울만 튀어도 살은 물론 뼈까지 녹아내리게 하는 치명적 독극물이다. 쥐약과 살충제의 주성분일 뿐 아니라, 화학무기인 신경독가스의 기본 물질이기도 하다. 이런 물질에 대한 규제, 관리, 사후대처가 모두 부실했으니, 국민은 안전핀이 뽑힌 신경가스탄을 옆에 두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선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하고 대응한 관계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피해지역은 즉각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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