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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도 말로만 할 텐가 |
새누리당이 대선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국정감사 이후로 결론을 미뤘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당내 이견이 큰데다, 대선 위기감에 따른 전면쇄신론이 분출하면서 경제민주화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엊그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보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도대체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보자기는 안의 물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모양도 다를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도 안의 내용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화두가 돼 오해와 논쟁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란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된다는 말이다. 1년도 넘게 논의돼온 경제민주화를 두고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개념이 무엇인지 애매하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의총은 결국 경제민주화는 제쳐놓고 쇄신 문제 등 집안 얘기만 하다 끝이 났다. 새누리당이 말로는 경제민주화를 외치지만 실제 우선순위에선 한참 밀려 있고,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이날 의총은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의 이런 행태에는 박근혜 후보의 책임이 크다. 어제 의총은 애초 이한구 원내대표가 미적거리던 것을 일부 의원들이 다그쳐 어렵사리 성사됐다. 하지만 정작 박 후보는 지방 방문길에 나서면서 참석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국민행복을 위한 3개 핵심 과제 중 경제민주화 실현을 첫손가락에 꼽은 박 후보가 이를 논의하기 위한 첫 의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출마 선언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박 후보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경제민주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서도 둘 다 필요하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켜왔다. 대선 국면에서 두 사람을 적절히 활용해 경제민주화 문제를 줄타기해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박 후보는 어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경제민주화는 확실히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박 후보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했지만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은 실천이 충분히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국회에서의 장준하 의문사 사건과 관련한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있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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