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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미 사고, 늑장·부실대응 책임 철저히 물어야 |
정부가 어제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민 건강과 농작물·축산·산림 등의 피해에 대한 행정·재정적 특별지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고 발생 12일이나 지나서야 대책을 내놓아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피해지역이 예상보다 넓고, 주민들은 신속한 피해보상을 바란다고 한다. 정부 각 부처에서 지원기준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공동으로 조사를 한다는데 이번에는 주민들의 안전과 피해보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정부는 이달 중에 환경부, 방재청 등 정부 합동으로 위험물질 취급업체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위험물질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 유독물질 취급업체 6000여곳을 대상으로 정기점검을 벌인 결과 273건의 취급기준 위반이 있었다고 하니 언제 어디서든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휴브글로벌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독극물인 불산을 다루면서 어느 누구도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을뿐더러 가스가 수시로 새어나오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 주민 거주지역에 그런 위험한 시설이 들어서게 됐는지, 그리고 사고가 터진 뒤 오히려 피해를 키우기만 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또한 사고가 났을 경우 체계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상이 이번에 드러났다.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독물질 취급업소의 안전관리 실태를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갖추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 건강보다 기업 편의를 고려한 규정이 있다면 손봐야 한다.
부실한 대응이 화를 키운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책임소재 규명과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대형 인명피해를 막은 것은 마을 이장이 사고 직후 신속히 주민을 대피시킨 덕분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전문기관으로서 대기오염도를 조사한 국립환경과학원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고 고지해 오히려 주민들을 2차 피해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사고 대응 지침은 물론 불산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아, 소방관·공무원도 무방비로 현장에 접근했고 불산 제거를 위해 물을 뿌리는 등의 어이없는 일까지 일어났다.
중앙정부의 대응은 더욱 한심하다. 정부 재난합동조사단이 조사에 착수한 게 사고가 발생한 지 9일이나 지나서였다. 더욱이 환경부 장관이란 사람은 열흘 만에 현장을 찾아 웃는 낯으로 명함까지 돌렸다니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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