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일본의 속좁음 보여준 통화스와프 종료 |
한·일 양국간 통화스와프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았다. 두 나라는 이달 말 돌아오는 570억달러 규모의 1년 만기 통화스와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현재 700억달러 규모인 양국간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 전 수준인 130억달러로 줄어든다. 양국에 득이 되는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것도 아쉽지만, 역내 긴밀한 경제협력을 위한 신뢰가 손상된 점이 안타깝다. 일본의 속좁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안정적인 금융시장 상황과 건전한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통화스와프의 만기 연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며, 양국은 필요시 적절한 방법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일본은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한국이 먼저 요청해오면 협의하겠다고 조건을 걸었고, 한국은 연장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정치적 이유가 개입됐다고 봐야 한다. 일본은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반발해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갈등과 무관한 통화스와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일 통화스와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돌이켜보면 일본의 태도가 얼마나 졸렬한지 알 수 있다. 통화스와프는 나라 사이에 인출 한도를 정해놓은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쪽만 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 득이 된다.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해 2000년 출범한 금융협약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라는 큰 틀에서 한·일 양국은 통화스와프를 시작했고, 점차 규모를 늘려왔다.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한도를 700억달러로 늘린다는 데 합의한 것은 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춰 이 정도면 사실상 외환유동성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 종료는 동아시아 경제권 전체가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중요한 안전장치 하나를 스스로 허문 셈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통화스와프 확대조처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처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작다고 해도 국내 금융시장은 해외변수의 충격을 크게 받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유럽 금융위기가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 또한 한국이 통화 방어벽을 쌓는 여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만큼 역내 다른 나라와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으로 철저히 대비하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