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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더십 한계 드러낸 ‘박근혜 스타일’ |
새누리당의 인적쇄신 파동이 예상대로 어정쩡하게 봉합될 모양이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김무성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책을 맡겨 선거를 지휘하게 하는 방식으로 당 내분을 정리한다고 한다. 사람 문제로 불거진 소동인 만큼 사람을 데려와 푸는 방식일 테지만, 근본적인 쇄신과는 거리가 먼 땜질처방이다.
박근혜 후보는 어제 “국민이 볼 때 쇄신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통합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이 두 가지는 같이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 내분에 대해 “당이 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정치쇄신과 국민대통합 모두를 실현시키기 위한 산고가 아닌가 한다”며 “다른 의견이 표출돼 조정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굳이 해석하자면 이쪽저쪽 다 끌어안고 얼렁뚱땅 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당내에선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황우여 대표나 이한구 원내대표를 그대로 두고 역할을 축소 조정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입 3인방, 즉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그리고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내정된 한광옥 전 의원 등도 어떻게든 끌어안고 갈 모양이다. 밑에서들 티격태격하니까 ‘군기반장’ 한 명 내려보내 질서를 좀 잡는 방식이 박 후보의 처방인 셈이다.
이른바 ‘탈박’에서 친박의 핵심으로, 이번 선거의 총괄사령탑으로 떠오른 김무성 전 의원이 당내에서 요구해온 쇄신과 개혁에 적합한 인물인지도 의심스럽다. 김 전 의원은 그간 경제민주화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고 보수대연합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엔 1987년 6월항쟁에서 활발히 활동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6월항쟁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김 전 의원의 그간 행적을 보면 그가 이번 선거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라 말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쇄신 파동이 어정쩡한 땜질로 막을 내리는 근본 원인은 역시 박근혜 후보의 시대에 뒤떨어진 ‘박정희식 리더십’에 있다. 측근 몇 명으로 인의 장막을 쳐놓고, 수하에 있는 사람들을 그저 장기의 말 정도로 이리저리 부리는 박근혜식 ‘구중궁궐 리더십’으론 쇄신과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참모들이 서로 박 후보의 눈에 들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상황에선 캠프 내의 수평적 의사소통이나 참신한 협업은 불가능하다. 캠프 내부의 상식적인 소통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되어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쇄신 파동의 진원은 박 후보 자신으로, 리더십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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