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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앞뒤 바뀐 새누리당의 북방한계선 공세 |
난데없는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뜨겁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통일비서관 출신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한 폭로 발언이 논란의 발단이었다. 정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엔엘엘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엔엘엘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담은 10월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이뤄졌고, 당시 대화 녹취록이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폭로에 이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통합당에 비밀녹취록을 포함한 2007년 정상회담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녹취록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한 채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도 녹취록에 있는 식의 약속을 이행할 생각이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독도처럼 감정에 휩싸이기 쉬운 북방한계선이라는 영토문제를 앞세워 대야 공세를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공세는 앞뒤가 뒤바뀌었다. 새누리당은 먼저 주장의 근거를 밝히는 게 도리다. 정 의원의 녹취록 주장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어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아예 비밀녹취록의 존재를 전면 부인했다. 사실은 하나일 터이니 어느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럴 땐 당연히 먼저 문제를 제기한 새누리당 쪽이 ‘말의 주장’ 이상의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폭로 당사자인 정 의원은 언제 어디서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봤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통일비서관이란 이름에 기대어 ‘거짓 공세’를 주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녹취록이 존재한다면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정 의원이 통일부와 국정원에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고 하니, 국회 해당 위원회가 자료를 요청해 비공개로 보면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사건건 비판해온 이명박 정부로서도 굳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민주당도 국정조사는 몰라도 비밀녹취록의 존재 확인까지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근간이 걸린 외교·안보 문제를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공세 소재로 삼는 행태를 뿌리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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