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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감 불참 증인들, 법에 따라 엄격히 다뤄야 |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배석규 와이티엔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최병렬 이마트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도피성 국외출장을 떠난 사람들이다. 여기에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사퇴한 유인촌 예술의전당 이사장까지 합치면 올해 국감의 증인 불출석 사태는 국회의 존립 근거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김재철 사장이다. 김 사장은 문화방송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세 차례나 연속 불참한 데 이어 베트남 출장을 핑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나오지 않았다. ‘베트남 고엽제 환자 국토종단 행사’ 준비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대량 징계 등 자신이 저지른 전횡과 회삿돈 유용을 비롯한 온갖 부정비리에 대한 국회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국외로 피신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형 유통업체를 거느린 재벌 총수들과 대형마트 대표들이 일제히 국외출장을 떠난 것도 전형적인 꼼수다. “해외 사업 확대”니 “아웃렛 사업 현지시찰”이니 하는 등의 출장 명목은 모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 등을 따지려던 국회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국회의 권능이 이처럼 무시당하는 것은 국회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국정조사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들에 대한 국회의 고발 비율은 20%도 채 안 된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문화방송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한사코 반대한 데서도 나타나듯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증인들을 감싸고돌다 보니 이들이 국회를 더욱 우습게 보는 것이다.
19대 국회는 국감 출석을 거부한 사람들을 그냥 눈감아주거나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검찰 고발을 비롯해 국회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김재철 사장에 대해 재출석을 요구하는 한편 또다시 의도적으로 증인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감장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하는 동행명령서를 발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국회 결의가 뒤에 가서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재벌 총수 등 국감에 나오지 않은 다른 증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엄격한 법집행만이 국회가 무시당하는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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