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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용명세만 감사해도 대입 전형료 내릴 수 있다 |
대학의 입학전형료 사용명세가 엉망이다. 2012학년도 전형에서 응시인원이 7만여명이었던 연세대의 공공요금(전기·수도료)이 14억원이었지만, 9만여명이 응시한 고려대는 759만원이었다. 연세대가 숨기는 게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없다. 수입에 맞춰 지출 내용을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은 불가피하다.
내년 입시부터 각 대학은 지난 3년 동안의 지출 자료를 종합해 전형료 인상 폭을 정해야 한다. 사립대의 과도한 전형료 인상을 막고, 인하까지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별만 해도 엉터리임이 드러난 사용명세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다음해 전형료 인상의 근거로 삼기 위해 지출 규모를 부풀린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고려대와 비슷한 인원(9만6276명)이 응시한 성균관대의 공공요금은 10억1700만원, 10만여명이 응시한 경희대는 6억7532만원이었다. 지난해 공공요금을 국가에서 지원받는 몇몇 국립대학이 전형료에서 지출했다고 보고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출제, 면접, 채점, 감독 업무에 지급되는 입시수당도 고려대 27억7000만원, 이화여대 10억여원으로 무려 17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따져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멋대로 올린 전형료는 가계부담은 물론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정도로 컸다. 전형에 사용하고 남은 전형료는 모두 학생에게 돌려주겠다고 정부가 공언할 정도였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대신 올해 사립대가 전형료를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제정했다. 사립대들이 극력 꺼리던 사용명세 공개를 울며겨자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 그동안 전형료는 직원의 관광성 외국연수, 기자재 구입 등 학교의 쌈짓돈으로 쓰이거나, 건물 신축 자금으로 이용됐으니 대학으로선 공개하기 힘들었다.
2012년 전형료는 회당 평균 5만4200원으로, 지난해보다 조금 내렸다. 하지만 수험생 가족에겐 여전히 부담스럽다. 평균 6~7곳에 응시하는데, 이 경우 40만원 안팎이나 된다. 소득과 물가 수준이 월등히 높은 영국이 20파운드(3만5000원) 안팎인 걸 생각하면 지나치게 높다. 하지만 그런 만큼 인하할 여지는 많다. 지출명세만 제대로 살피면 알 수 있다. 평균 20% 가까이 되는 홍보비 지출은 그 자체로 문제다. 학교 홍보비를 전형료에서 낼 이유가 없다. 정부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전형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인하한 전형은 92개 대학 3186개 입학전형 중 151개 전형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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