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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소속 대통령도, 낡은 정당 대통령도 답 아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진영이 이른바 ‘정당 대통령’과 ‘무소속 대통령’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야권 단일화 논의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인데 자칫 서로에게 생채기만 내는 ‘뺄셈 정치’가 우려된다.
안철수 후보는 엊그제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 나가면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단일화와 관계없이 대선을 완주해 승리하면 무소속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말로 읽힌다. 안 후보는 어제 청주교대 강연에선 “정당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쇄신하면 제가 가만히 있어도 국민이 빨리 들어가라 하지 않겠느냐”며 “절대 무소속 대통령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당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 무소속 대통령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안 후보가 비록 전날 발언을 주워담았지만 무소속 대통령 발언은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안 후보의 순진한 이상주의적 접근방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밖에서 정치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쉽지만, 안에서 정치를 개혁하기는 무척 힘들다. 좋건 싫건 정당에 기반을 두지 않는 민주정치를 상상하기 어렵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정당정치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대통령으로서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과 무소속 대통령은 엄밀히 구별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엊그제 “민주당만이 새누리당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말하는 그 민주당이란 게 지난 4월 총선 때 제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찬 구태의연한 정당을 말하는 것이라면 큰 착각이다. 4월 총선 이후 민주당이나 문재인 후보가 정당개혁, 정치개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이 주문하는 시대정신은 낡은 정치를 갈아엎으라는 것이다. 무소속 대통령도 문제지만, 개혁되지 않는 정당의 대통령도 문제다.
야권 단일화 논의를 앞두고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두 후보가 동반하락할 수 있다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어제 지적은 시의적절하다. 조 교수는 양쪽이 정치혁신위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공동의 정강정책을 수립한 다음, 자리와 사람에 대한 세력관계의 문제를 매듭짓는 3단계의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다. 서로 한방씩 날리면서 기싸움이나 하는 것보다는 이런 진지한 접근이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방법일 수 있다. 두 후보는 이제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덧셈의 정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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