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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군 믿고 발 뻗고 잘 수 있겠나 |
군의 행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안위를 지키고 국토를 방위하는 본분엔 허술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엔 주제넘게 나선다. 최근 잇달아 벌어진 전방 철책 경계 실패 및 허위 보고, 종북세력을 적으로 규정한 국방부의 교육 지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군이 엉뚱한 곳에 한눈을 팔다 보니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경계 사고가 일어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두 사안은 군의 일탈을 보여주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은 지난 2일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지역에서 북한 병사가 우리 쪽 철책 경계를 넘어 장병이 기거하는 생활관까지 접근하는데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병사가 생활관 창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밝힌 뒤에야 비로소 경계망이 뚫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더욱 용납하기 힘든 건, 정승조 합참의장이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의 감사에서 “시시티브이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거짓’ 답변을 했다는 점이다. 군 당국은 해당 부대에서 최초 보고를 그렇게 해와 합참도 모르고 있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어떤 경우든 군의 기강이 크게 무너져 있는 건 분명하다. 책임을 밑으로만 미룰 것이 아니라 군 수뇌부부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경계 실패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9일엔 한 북한 주민이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 들어와 엿새 동안 숨어 지내다가 주민의 신고로 잡히기도 했다. 군은 주민이 신고하기 전까지 철책에 이상이 있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군이 철책에 첨단 감시카메라와 경보장치를 달아도 군기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전혀 무용지물이란 것을 두 사례는 잘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그제 ‘종북세력을 국군의 적’이라고 규정한 정신교육 교안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여기서 종북세력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전략 노선을 맹종하는 이적세력으로 분명한 우리 국군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논리 전개다. 종북세력이라는 용어는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쓰는 유행어에 불과하다. 이런 용어로 ‘국군의 적’ 운운하는 것부터가 군 당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족과 천박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원이 판단할 일을 국방부가 주제넘게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세력이나 사람이 국군(또는 국가)의 적이냐 하는 판단은 법원의 일이지 국방부가 멋대로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군은 모든 국민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마음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본업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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