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살인적 경쟁교육과 열달 만의 11번째 희생 |
“먼저 가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좀만 더 견뎌보려고 했는데, 더 이상 못 견디겠습니다.” 엊그제 대구에서 자살한 여고생이 부모님께 남긴 글의 한 대목이다.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건 성적 스트레스였다. 거기서 그의 등을 떠민 건 동급생의 폭력적 태도였다. 지난해 12월 치욕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중학생 이후 대구에서만 11명째 희생자다. 성적 경쟁과 학교폭력에 매달 1명 이상씩 스러진 것이다.
대구교육청은 이명박 정부의 집요한 경쟁교육의 가장 충실한 실천자였다. 살인적 경쟁교육의 상징인 기숙형 고교를 대구의 67개 고교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지금의 우동기 교육감이다. 그가 세운 기숙사에선 토, 일요일 귀가시를 제외하곤 외출할 수 없다. 유일한 예외가 학원 갈 때다. 밤 1시에 소등해 아침 6시에 점등한다. 나머지 시간은 책과 씨름해야 한다. 기숙사엔 공부와 관련된 것 이외에는 일체 반입이 안 된다. 휴대폰, 엠피3도 안 된다. 각층 복도엔 감시 카메라가 있고, 사감들은 관리실 모니터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 규정을 어겨 벌점이 쌓이면 퇴소당한다.
대구의 기숙학교는 오직 공부만 허용되는 감옥이다. 대부분 성적순 1% 이내의 학생만 입사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쫓겨난다. 그러니 기숙사 밖에서도 살인적 성적 경쟁이 이루어진다. 강제 보충학습이나 야간자습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대구이고, 일제고사 응시 비율이 가장 높은 곳도 대구다.
성적 경쟁에서 밀려났거나 성적 스트레스에 찌든 학생들은 폭력적으로 응어리를 풀기 마련이다. 성적 고민에 폭력의 희생자까지 되어버린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 교육감은 지난 8월 교실 창문에 개폐 차단시설을 설치해 문을 마음대로 열지 못하게 해 자살을 막겠다고 공문까지 돌렸다.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책임만은 아니다. 경쟁지상주의 교육정책을 강제해온 이 정권은 공범이다. 겉으로 드러난 물리적 폭력만 폭력인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정부 정책만큼 큰 폭력은 없다. 더 이상 경쟁교육의 압착기 속으로 아이들을 밀어넣지 말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