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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광범 특검, 청와대·검찰 성역없이 파헤쳐야 |
내곡동 사저 의혹 사건을 수사할 이광범 특검팀이 오늘부터 수사에 들어간다. 이번 특검은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하다. 청와대는 특검 선정 단계부터 이 특검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재추천을 요구하는 등 ‘위축효과’를 노린 듯한 상식 밖의 행태를 보였다. 이 특검은 어제 “어떤 금기나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대로 이런 정치공세에 흔들려선 안 된다.
이번 특검의 과제는 크게 보아 두가지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족 등의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여부가 하나라면, 나머지 하나는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검찰의 축소·왜곡 수사 등 직무유기 여부다.
우선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를 비롯한 청와대 쪽이 검찰에 밝힌 해명의 허구성을 파헤치고 책임자를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이들의 해명이 “아귀가 맞는다”고 했으나 기본상식만 있어도 모순투성이임을 알 수 있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은 검찰에서 “(주인이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릴 것을 우려해) 일단 아들 이름으로 계약하고 나중에 이름을 돌리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이시형씨가 자기 집도 아닌데 큰아버지 이상은씨한테 연이자 5%까지 부담하면서 6억원을 빌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를 아들에게 편법으로 물려주려다 문제가 터지자 사후에 말을 맞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의 축소·왜곡 수사의 실마리는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수사 최고책임자가 제 입으로 ‘대통령 일가로 불똥이 튀는 걸 염려해 땅 매입 실무자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발언했으니 그 이상 명백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사후에 이를 부인하긴 했으나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최 지검장의 처음 발언이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이시형씨를 소환조차 않고 서면조사로 끝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차장 시절 법원의 중재에 응해 세금반환소송을 취하한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까지 배임죄로 기소한 최 지검장이 배임 혐의가 훨씬 뚜렷한 사안을 무혐의 처리했으니 봐주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축소·왜곡 수사가 최 지검장 선에서 결정됐을 리 만무하다. 한상대 검찰총장 등 수뇌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현직 검찰의 범죄를 파헤치는 데 파견 검사나 검찰 출신 특검보 등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이 특검의 과제다. 이 대통령과 가족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들 또한 특검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는 것만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지 않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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