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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처벌 대상은 이주호 장관이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문제로 경기·전북 교육감과 교육청 간부 그리고 학교장들을 무더기로 고발 혹은 징계 요청했다. 법에도 어긋나는 훈령을 멋대로 제정하고, 그에 따라 부당한 학교폭력 기재를 강제하고,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특감과 징계의 칼을 휘둘렀으니 조폭과 다를 게 없다. 법치국가라면 처벌 대상은 위법·부당한 지침을 폭력적으로 강제한 교과부와 이주호 장관이지, 부당한 지시에 맞선 이들이 아닐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교과부 훈령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은 법적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건강과 함께 형벌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기록, 보유, 이용을 못 하도록 엄격히 금지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수용됐다 해도 수용 사실을 기록에 남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소년원법’). 그렇다면 초중등학교법에라도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법 어디에도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위임한 조항이 없다. 헌법상 형평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이런 훈령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부당한 지시를 하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고발·징계하는 것은 형법상 명백한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이 정부 아래서 파행을 일삼던 국가인권위원회도 이에 대해선 단호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입시와 취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 만큼 개정하라는 것이었다. 인권위는 2003년 이미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이런 정보는 제외하도록 했다. 법원 또한 학생부를 시디(CD) 등으로 복사해 대학 등에 배포하는 것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영삼 정부 역시 한때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추진하다가 위법·부당성 때문에 포기했다.
무지한가, 아니면 불법이 체질화됐나. 그렇지 않아도 이 장관은 우리 교육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 교육자치를 파괴하고, 교육을 특정 이데올로기 세뇌 수단으로 삼고, 학교를 시장에 예속시키고, 교육을 형벌로 통제하려 했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그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학교폭력은 줄지 않았다. 불법의 오점만 남겼다. 준법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통령은 당장 이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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