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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7 20:44 수정 : 2005.08.08 10:38

사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4차 6자 회담이 개막 13일 만에 일단 휴회했다. 두 주일 가까운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핵 폐기 범위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완전 결렬이 아니라 돌파구를 모색할 숨고르기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위안해 보지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번에는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토대를 마련하자는 각국 대표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았고, 실제 진지한 양자 접촉이 다각도로 이뤄지면서 한때 낙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끝내 두터운 벽을 허물지 못했다.

회담이 휴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 사이 불신의 골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권은 주권국의 권리라고 주장하며 폐기 대상을 핵 무기로 한정한 반면, 미국은 북한이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군사 용도로 전용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한국이 ‘창의적 모호성’을 내세워 접점을 마련하려 애썼으나, 두 나라는 완강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회담은 3주 가량 휴회한 뒤 속개하기로 했지만, 과연 회담의 동력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13개월 만에 회담장에 나온 북한이 미국의 완강한 뜻을 직접 확인하고서 다음 모임에 순순히 응할 것인지 불투명하다. 더욱 불안한 것은 미국 부시 행정부 안에서 대북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동안 협상파에 주도권을 내줬던 강경파들이 북한의 경직된 태도를 비난하며 ‘회담 무용론’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만일 강경 여론이 득세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회담 전보다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각국 대표들이 어떻게든 휴회 없이 회담을 끌고 가 성과물을 내놓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다.

회담 휴회가 역풍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려면 각국 대표단이 본국에 돌아가 회담 경과를 보고하면서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 권한을 폭넓게 위임받아 가능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내부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흐름이 악화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각국 대표들이 어렵게 만나서 진지하게 협의하고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힌 값진 성과를 무로 돌리지 않도록 생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협상 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북한을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말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도록 다각도로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3주 뒤 속개될 회담의 성패가 사실상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정된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설득에도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

6자 회담 참가국들은 휴회 기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물밑 접촉을 유지하며 다음 모임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이번 기회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구조 구축에 결정적 갈림길이 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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