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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씨의 고공농성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의 해고노동자 최병승씨가 천의봉 사무장과 함께 엊그제부터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라 농성에 들어갔다. 최씨는 7년에 걸친 지루한 소송 끝에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아낸 당사자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복귀했어야 하지만, 아직도 공장 바깥을 떠돌고 있다. 회사 쪽이 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을 인정하면서도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고집하는 탓이다.
현대차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8000여명(노조 추산)에 이른다. 이들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8월 회사 쪽이 비정규직 3000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된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농성이 보여주듯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회사 쪽 계획이 실천되더라도 5000명가량은 계속 비정규직 신세이기 때문이다. 또 정규직이 되는 3000명 가운데 2500명가량은 퇴직자 자리를 메우는 셈이어서 그 숫자만큼 새로운 사내하청 노동자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차례 강조했거니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회사 쪽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현대차의 불법파견은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 등에서도 모두 판정이 난 상태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최씨만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할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는 결코 생떼가 아니며, 현대차가 법을 준수하고 세계 일류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냐는 차원의 문제다. 회사 쪽은 경제의 불안정성과 위기대응능력 저하 등을 염려하지만, 위기 때 노동자들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화에 열의를 보여야 한다. 노동계는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 4조7000억원의 6% 정도만 있으면 8000여명이 한꺼번에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해고자 최씨는 지금 모든 것을 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15m 높이에 나무판자를 깔고 몸을 로프로 철탑에 묶은 채 ‘매미’처럼 불안과 추위에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최씨의 농성과 동시에 파업에 돌입한 비정규직노조와 더욱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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