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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연재 날개 꺾기로 작정한 체조협회 |
대한체조협회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2012 런던올림픽 도마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 선수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선수의 모습이 나온다. 언제 세계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월드스타’를 체조협회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협회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체조팬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책임있는 답변을 부탁합니다”와 같은 점잖은 투도 있지만, “찌질한 체조협회” “협회가 선수들 가지고 장사하는 장사꾼입니까?” 등 울분 섞인 글이 대부분이다. 2007년 6월부터 시작된 게시판에 이제까지 올라온 글이 모두 530여개인데 이 중 200건 이상이 손 선수와 관련한 글이고, 그것도 모두 이달 중순부터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런 전무후무한 팬들의 분노는 손 선수를 도와주기는커녕 발목 잡기, 날개 꺾기에 나선 체조협회가 자초한 것이다. 체조협회는 최근 손 선수가 참가를 희망한 이탈리아 세리에A 대회 참가를 막았다. 이 대회는 세계 일류 선수들만 참가하는 대회로 한창 기량이 발전하고 있는 손 선수가 꼭 참가하고 싶어했던 대회였다. 협회 쪽은 이 대회가 국제체조연맹이나 이탈리아협회가 주관하는 공식 대회가 아닌 클럽 초청 대회이고, 손 선수의 몸 상태와 훈련량을 고려해 참가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체조계에서는 체조협회가 참가를 권유한 지난 9월의 일본 이온컵 대회에 손 선수가 참가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과 군기 잡기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어떤 경우든 체조협회의 결정은 옳지 않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같이 비인기 종목에서 세계 초일류 선수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선수 개인의 천재성과 피나는 노력, 이를 물질적으로 뒷받침해준 에이전시, 협회와 선수 사이의 역할 분담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손 선수가 세계적 선수로 성장할 때까지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던 협회가 갑자기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나서는 것은 도리도 아니고, 현대의 선수 육성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체조협회는 구태의연한 조직이기주의로는 ‘제2의 손연재’는커녕 있는 손연재도 죽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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