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새누리당 바보 만든 박근혜 후보의 ‘나홀로 정치’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둘러싼 당 안팎의 역풍이 심상찮다. 박 후보가 엊그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완고한 태도를 고수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실망을 넘어 걱정”이라며 “이럴 거면 뭐하러 기자회견을 했느냐”는 비판이 비등하다.
이번 회견을 통해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박 후보의 ‘나홀로 정치’가 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회견 준비 과정에서 공조직을 철저히 외면함으로써 당내의 중론과는 전연 동떨어진 엉뚱한 결론을 내놓았다. 원내 제1당인 집권여당이 박 후보의 독단 앞에서 덩치만 큰 공룡 같은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단적인 예가 박 후보가 회견에서 정수장학회에 대한 법원 판결을 왜곡했다가 나중에 번복한 일이다. 박 후보는 고 김지태씨가 부일장학회를 헌납하는 과정에서 ‘강압에 의한 증여’가 있었다고 인정한 법원 판결을 부인했다가 나중에 이를 정정했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이를 두고 “당에는 황우여 대표나 이주영 특보단장,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등 쟁쟁한 법률가 출신 당직자가 많은데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라며 걱정했다. 대선의 핵심 쟁점인 정수장학회에 대한 법원 판결 취지를 후보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당내에서 걸러줄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을 두고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등의 말로 법원의 최종적인 재심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인혁당 사건에 이어 정수장학회 문제에서도 박 후보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은 결국 그의 과거사 인식이 돌고 돌아 제자리에 와 있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대선 길이 급해 과거사 문제에 사과는 했지만 5·16이나 유신, 박정희 문제만 나오면 원초적 인식으로 회귀하고 마는 식이다.
박 후보는 논란이 계속되자 어제 비교적 전향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정수장학회와 <문화방송> 사이의 지분 매각 비밀논의에 대해 “언론사 지분 매각 문제를 포함한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해명하고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해, 밀실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에 대해서는 “사퇴를 거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뒤늦게라도 일정부분 방향을 잡았지만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기에는 미흡하다.
새누리당이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당내에선 함구령을 내리고, 김지태씨의 친일 행적을 들춰내는 등의 꼼수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한심하다. 본안은 제쳐놓고 곁가지로 사안을 돌파하려 해선 안 된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이번 회견으로 드러난 박 후보 리더십의 한계와 당의 소통 부재 상황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국민 앞에 겸허히 반성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사공유하기